1편. 초소형 군집위성 양산, 위성을 자동차처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초소형 군집위성 시장이 커지면서 위성 제조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성 한 기를 오랜 기간 정밀하게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양의 위성을 수십 기 이상 빠르게 생산하고 시험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이제 위성 제조는 연구개발 중심의 단품 제작에서 표준 플랫폼 기반의 반복 생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작업 위성 제작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
전통적인 위성 제작은 임무마다 구조와 전장품, 배선,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
한 기를 개발할 때는 대응할 수 있지만 군집위성처럼 생산수량이 늘어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위성마다 설계가 다르면 부품 조달, 조립, 시험, 형상관리가 복잡해지고 제작기간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스타링크와 원웹 같은 메가 콘스텔레이션 경쟁이 확대되면서 위성체 제조에도 자동차 생산과 유사한 모듈화 설계, 자동 조립, 동시 시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6G NTN, 위성 간 레이저 통신, 온보드 AI와 같은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단순 조립이 아닌 고성능 양산체계가 필요해졌다.
제가 양산형 제품의 R&D 기획서를 검토할 때도 첫 시제품의 완성도만 보지 않는다. 열 번째와 백 번째 제품을 같은 품질로 만들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표준 플랫폼은 모든 위성을 똑같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위성 표준화는 임무와 관계없이 동일한 제품을 만드는 의미가 아니다.
전원, 통신, 데이터 처리, 자세제어와 같은 공통 기능은 표준화하고, 카메라나 레이더 같은 탑재체만 임무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구조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표준 플랫폼을 적용하면 이미 검증된 전원장치와 통신 인터페이스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없다. 탑재체 중량과 소비전력 범위가 달라지더라도 기본 플랫폼을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500kg급 표준 플랫폼과 초소형 SAR 군집위성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 양산체계가 추진되고 있다. 목표는 단순 생산량 확대가 아니라 비용 절감과 납기 단축이 가능한 위성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다.
양산의 병목은 조립보다 시험에서 발생한다
위성은 조립을 끝냈다고 출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전기적 기능시험, 통신시험, 진동시험, 열진공시험, 전자파시험을 거쳐야 한다. 생산수량이 늘어나면 시험설비와 시험시간이 전체 납기를 결정하는 병목이 된다.
따라서 양산 공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시험 혁신이 필요하다.
- 여러 전장품을 동시에 검사하는 자동 시험장비
- 시험결과를 자동 저장하는 데이터 관리시스템
- 제품별 이상 패턴을 비교하는 품질분석 알고리즘
- 실제 위성 조립 전 인터페이스를 검증하는 디지털트윈
- 공정 중간에 결함을 찾아내는 단계별 검사체계
마지막 환경시험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위성을 다시 분해해야 한다. 앞 공정에서 결함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재작업 비용과 납기를 줄일 수 있다.
부품 공통화와 형상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양산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부품 단종과 설계변경이다.
첫 번째 위성에 사용한 반도체나 센서를 다음 생산분에서 구할 수 없으면 대체품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부품 하나가 변경돼도 전력특성, 열발생, 통신,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위성 양산에서는 부품명세서만 관리해서는 부족하다. 하드웨어 버전, 펌웨어, 시험절차, 제조 로트, 작업자와 설비 이력까지 연결해 관리해야 한다.
제가 현장에서 인증과 시험 대응을 진행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도 변경관리의 중요성이다. 성능이 더 좋은 부품으로 바꿨더라도 기존 시험결과가 그대로 인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이 왜 변경됐고 제품 신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양산라인의 병목을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위성 전체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양산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
통합 애비오닉스, 자동 시험장비, 정밀 조립장치, 케이블 검사장비, 열진공 모니터링 시스템, 형상관리 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부품 하나를 납품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체계기업의 조립시간을 얼마나 줄이고 불량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며 시험결과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군집위성 양산의 핵심은 위성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같은 성능과 신뢰성을 가진 위성을 정해진 비용과 납기로 반복 생산하는 것이다.
2편. 위성 간 레이저 통신 OISL, 군집위성의 성능을 바꾸는 핵심 기술
저궤도 군집위성은 여러 위성이 동시에 운용되기 때문에 개별 위성의 성능만으로 전체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기 어렵다.
위성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하면 각 위성이 지상국 상공을 지나갈 때까지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 지상국이 없는 해상이나 극지방을 지나는 동안에는 데이터 전달이 지연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위성 간 레이저 통신 OISL이다.
OISL은 Optical Inter-Satellite Link의 약자로, 위성과 위성 사이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6G 비지상네트워크와 실시간 지구관측 수요가 확대되면서 온보드 AI, 엣지 컴퓨팅, 고해상도 탑재체 경량화와 함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위성끼리 연결되면 지상국 의존도가 낮아진다
위성 간 통신이 없는 구조에서는 관측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지상국으로 직접 내려보내야 한다.
반면 OISL을 적용하면 관측 위성이 다른 위성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그 위성이 지상국과 연결되는 시점에 데이터를 내려보낼 수 있다.
여러 위성이 하나의 우주 네트워크처럼 움직이면서 다음과 같은 운용이 가능해진다.
- 지상국이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도 데이터 전달
- 재난·안보 영상의 전송 지연 단축
- 위성 인터넷 서비스의 경로 다변화
- 지상국 수요와 데이터 병목 완화
- 군집위성 간 임무와 관측정보 공유
결국 위성 한 기의 통신범위보다 위성군 전체의 네트워크 구조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레이저 통신의 난제는 정확한 방향 정렬이다
레이저는 전파보다 빔의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높은 데이터 전송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송신기와 수신기의 방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통신이 끊길 수 있다.
저궤도 위성은 빠르게 이동하고 위성 간 거리와 상대 위치도 계속 변한다. 레이저 통신장치는 상대 위성을 찾고, 빔을 정확히 조준한 뒤, 이동 중에도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탐색, 포착, 추적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상대 위성의 예상 위치로 광학장치를 움직인다. 신호를 발견하면 정밀하게 포착하고, 이후 미세구동장치로 빔 방향을 계속 보정한다.
따라서 OISL 개발은 광원과 수신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밀구동, 광학계, 자세제어, 열설계, 진동보상, 위치예측 알고리즘이 통합되어야 한다.
제가 시스템 과제를 검토할 때도 통신속도 수치만 제시한 계획은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위성의 자세오차와 구조진동이 발생하는 조건에서 링크를 어떻게 유지할지까지 설명해야 실제 개발계획이 된다.
온도 변화가 광학 정렬을 흔든다
우주에서는 태양을 보는 면과 그늘에 있는 면의 온도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광학장치와 구조물의 온도가 변하면 미세한 변형이 생기고, 이 변형이 레이저 방향오차로 이어질 수 있다. 지상에서 정렬을 정확하게 맞췄더라도 궤도상 열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OISL 장비는 다음 시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열진공 조건에서의 광축 변화 측정
- 진동 전후 정렬상태 비교
- 구동장치의 반복 위치정확도 시험
- 위성 자세오차를 반영한 링크 유지시험
- 통신 단절 후 재탐색 및 재연결 시험
정상 연결 상태의 최고 전송속도보다 연결이 흔들릴 때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가 실제 서비스 품질을 결정할 수 있다.
온보드 AI와 결합하면 전송해야 할 데이터가 줄어든다
고해상도 SAR·EO 위성은 많은 데이터를 생성한다. 모든 원시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면 통신용량과 저장공간에 부담이 생긴다.
온보드 AI를 활용하면 위성에서 구름이 많은 영상이나 의미 없는 데이터를 먼저 걸러낼 수 있다. 산불, 선박, 차량, 재난지역처럼 필요한 객체를 우선 탐지해 중요한 정보만 전송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OISL과 온보드 처리가 결합되면 단순히 위성끼리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위성군이 역할을 나눠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형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AI 결과를 신뢰하려면 학습 데이터뿐 아니라 우주용 프로세서의 연산성능, 방사선 오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복구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전체 통신장치보다 정밀 요소기술을 노려야 한다
OISL 단말 전체를 개발하려면 광학, 통신, 기구, 제어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정밀구동기, 광학 코팅, 열안정 구조물, 레이저 전원부, 위치추적 알고리즘, 지상 시험장비와 같은 요소기술로 접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부품 사양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링크 획득시간, 추적오차, 열변형, 진동 후 정렬 정확도처럼 시스템 운용에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의 경쟁력은 빠른 레이저 하나에서 나오지 않는다. 움직이는 두 위성이 극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찾아 연결을 유지하는 통합 정밀제어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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