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R&D에서 소프트웨어 과제는 많은데 연구비는 하드웨어에 집중되는 이유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같은 대형 하드웨어 산업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의 R&D 과제 건수에서는 소프트웨어와 AI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3년간 중소기업 수행 과제를 연구 분야별로 보면 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가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공지능 33건, 고정익·회전익 항공기 기체 24건, 우주선 탑재체 21건 순이었다.
반면 정부 투자액은 우주선 본체 분야가 약 191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소프트웨어·솔루션 약 155억 원, 우주선 탑재체 약 147억 원, 우주발사체 지상설비·시스템 약 137억 원 순이었다.
과제 수는 소프트웨어가 많지만 과제당 규모는 하드웨어와 시스템 분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과제는 초기 진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위성 본체나 발사체 부품을 개발하려면 정밀가공 설비, 진공장비, 환경시험과 고가의 소재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작은 인력과 장비로 초기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위성영상 분석, 관제 자동화, 궤도예측, 고장진단, 시험 시뮬레이터 같은 분야에는 기존 AI·ICT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제 건수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분야에서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소프트웨어 역시 일반 웹서비스처럼 개발해서는 안 된다. 실시간성, 데이터 무결성, 통신단절, 방사선 오류, 제한된 연산자원과 같은 운용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하드웨어는 시제품 한 개를 만드는 비용부터 크다
우주선 본체와 탑재체, 발사체 설비는 설계 이후 제작과 시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구조물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소재시험, 해석, 정밀가공, 비파괴검사, 진동시험이 필요하다. 탑재체는 광학계나 RF 장비, 고성능 센서가 포함될 수 있다.
하드웨어 과제의 연구비가 커지는 이유는 장비가격만이 아니다. 시험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설계를 변경하고 새로운 시료를 제작해야 한다.
제가 하드웨어 사업계획 예산을 검토할 때 최소한 개발모델, 시험모델, 예비시료를 구분하도록 하는 이유다. 최종 시제품 한 개만 예산에 반영하면 파괴시험이나 환경시험 이후 납품할 제품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면 실제 적용이 어렵다
우주 소프트웨어 과제에서 가장 흔한 위험은 실제 장비 없이 알고리즘 정확도만 검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성 자세제어 알고리즘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좋아도 센서 지연과 잡음, 구동기 포화, 통신 오류를 반영하지 않으면 실제 위성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하드웨어를 먼저 제작하고 제어 소프트웨어를 나중에 맞추면 인터페이스 변경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 초기부터 다음 항목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 데이터 형식과 통신주기
- 센서 측정범위와 정확도
- 연산장치 성능과 메모리
- 오류 발생 시 안전모드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법
- HIL 시험 인터페이스
- 시험데이터 저장과 추적방식
우주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어야 완성되는 융복합 기술이다. 위성체, 발사체, 지상 시스템의 데이터와 제어 인터페이스까지 연결해야 한다.
AI 과제는 정확도보다 실패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
위성영상 객체탐지나 장비 고장예측 과제에서는 AI 정확도가 핵심지표로 제시된다.
하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잘못된 판단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산불을 놓치거나 정상 장비를 고장으로 판단하면 임무와 운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평균 정확도뿐 아니라 오탐률, 미탐률, 신뢰도 기준, 사람이 재검토하는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온보드 AI는 지상 서버와 달리 연산자원이 제한된다. 모델 크기와 소비전력, 처리시간, 방사선 오류 이후 복구방안도 개발목표에 포함해야 한다.
제가 AI 기반 R&D 과제를 볼 때도 알고리즘 모델명보다 실제 사용자가 언제 결과를 신뢰하고 언제 수동 판단으로 전환하는지를 확인한다.
중소기업에는 하드웨어 연계형 소프트웨어가 유리하다
단순 데이터 분석 서비스는 진입이 쉽지만 경쟁기업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특정 우주장비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소프트웨어는 고객 전환비용과 기술장벽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추진제 밸브 상태진단 소프트웨어
- 위성 전원모듈 고장예측 알고리즘
- 자세제어장치 HIL 시험 프로그램
- 지상국 자동 스케줄링 시스템
- 발사체 항법장비 무결성 감시 기능
- 열진공시험 데이터 자동 판정 시스템
이러한 제품은 해당 하드웨어의 고장모드와 시험조건을 알아야 개발할 수 있다. 범용 AI 기업보다 현장 데이터를 가진 기술기업이 유리하다.
우주 R&D에서 소프트웨어 과제가 많은 이유는 확장성과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연구비가 큰 이유는 제작과 검증에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지 않는다. 우주 하드웨어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실제 시험과 운용 데이터를 소프트웨어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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