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우주쓰레기 대응 PMD, 위성은 발사할 때부터 폐기를 설계해야 한다
위성 개발에서는 보통 발사와 임무 수행에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이 늘어나면서 임무가 끝난 위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설계조건이 되고 있다.
수명이 끝난 위성을 궤도에 그대로 방치하면 다른 위성과 충돌할 위험이 커진다. 충돌로 발생한 파편은 다시 새로운 충돌을 일으켜 우주환경 전체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제 위성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뿐 아니라 임무 종료 후 안전하게 폐기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우주쓰레기 증가와 국제규범 강화에 따라 임무 종료 후 자동 폐기장치, 비행안전 알고리즘, 친환경 추진제를 포함한 위성 플랫폼 표준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맥에서 PMD의 의미
우주 분야에서는 같은 약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맥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추진제 탱크 분야에서 PMD는 일반적으로 Propellant Management Device, 즉 미소중력에서 추진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치를 의미한다.
반면 우주쓰레기와 임무 종료 문맥의 PMD는 Post-Mission Disposal, 임무 종료 후 폐기를 의미한다.
제가 기술자료와 과제계획서를 검토할 때 약어의 최초 정의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PMD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면 요구사항과 개발범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임무 종료 후 위성을 처리하는 방법
위성의 궤도와 크기, 남은 추진제에 따라 폐기방식은 달라진다.
저궤도 위성은 궤도를 낮춰 대기권에 재진입시키는 방식이 주로 검토된다. 재진입 과정에서 위성이 소각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고도가 높은 위성은 운용궤도에서 벗어난 별도의 폐기궤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 다른 위성과의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추진제가 부족하거나 위성이 고장 난 상황에 대비해 수동적 감속장치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넓은 면적의 드래그세일을 펼쳐 대기저항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정상 상태만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주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지상국과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도 폐기기능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폐기장치는 마지막에 추가할 수 없다
위성 개발 후반에 폐기장치를 추가하려 하면 공간, 무게, 전원 문제가 발생한다.
추진제를 이용해 궤도를 낮추려면 임무 종료 시점까지 필요한 연료를 남겨야 한다. 드래그세일을 적용하려면 장착공간과 전개장치가 필요하다. 자동 폐기 알고리즘은 전원과 통신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폐기계획은 초기 임무설계 단계에서 다음 조건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 임무 종료 시 예상 궤도
- 폐기에 필요한 추진제와 전력
- 폐기기능 실행 시점
- 위성 고장 시 독립 작동 여부
- 전개장치의 오작동 방지
- 재진입 과정의 지상 안전성
제가 사업계획서를 검토할 때도 폐기기능을 단순한 부가기능으로 적어 놓은 경우에는 설계 신뢰도가 낮다고 판단한다. 질량예산과 전력예산, 고장모드에 반영되어야 실제 설계다.
소프트웨어가 폐기 성공률을 좌우한다
임무 종료 시 위성은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일부 장치가 고장 난 상태일 수 있다.
폐기 알고리즘은 남은 전력과 추진제, 위성 자세, 통신 가능 여부를 판단해 실행순서를 결정해야 한다. 추진기 사용 중 자세가 불안정해지면 계획한 방향으로 궤도를 변경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 운용 소프트웨어와 별도로 최소 기능만 수행하는 안전모드가 필요하다. 일정 기간 지상 명령을 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절차를 시작하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실제 우주에서 시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과 HIL 시험을 통해 다양한 고장상황을 반복 검증해야 한다.
우주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공급시장을 만든다
위성 폐기 의무가 강화되면 위성 제작사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드래그세일, 소형 추진기, 전개장치, 충돌회피 소프트웨어, 우주상황인식 장비, 궤도예측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공급시장이 형성된다.
중소기업은 위성 전체보다 폐기장치나 안전 알고리즘처럼 구체적인 기능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채택을 위해서는 전개 신뢰도, 오작동 확률, 질량과 소비전력, 장기 보관 후 작동성에 대한 시험자료가 필요하다.
앞으로 위성의 품질은 발사 성공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임무를 마친 뒤 다른 우주자산에 위험을 남기지 않고 안전하게 퇴역하는 것까지 제품 책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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