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재사용 발사체 PHM, 발사 성공보다 ‘다시 쓸 수 있다는 증거’가 중요한 이유

 

5편. 재사용 발사체 PHM, 발사 성공보다 ‘다시 쓸 수 있다는 증거’가 중요한 이유

일회용 발사체와 재사용 발사체의 가장 큰 차이는 착륙 여부만이 아니다.

한 번 사용한 발사체를 회수한 뒤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정비를 거쳐 다음 발사에 다시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회수에 성공하더라도 점검과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재사용 발사체에서는 엔진 성능만큼 건전성 예측·관리 기술인 PHM이 중요하다.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는 메탄엔진, 재점화, 정밀 추력제어, 착륙장치, 재진입 열방어뿐 아니라 반복 발사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시간 건전성 모니터링과 고신뢰 항공전자 기술이 요구된다.

PHM은 고장이 난 뒤 확인하는 기술이 아니다

PHM은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의 약자다.

센서 데이터를 이용해 현재 장비의 상태를 진단하고, 성능이 언제 한계에 도달할지 예측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정비는 정해진 횟수마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고장이 발생한 뒤 수리한다. PHM을 적용하면 실제 열화상태를 기준으로 정비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발사체에서는 엔진 압력과 온도, 회전체 진동, 밸브 응답, 탱크 변형, 구조하중, 항공전자 오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제가 장비 진단 관련 과제를 검토할 때도 센서를 많이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PHM이라고 보지 않는다. 측정 데이터가 어떤 고장모드와 연결되고, 경고 이후 어떤 정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수명예측은 다른 기술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현재 값이 기준을 벗어났는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베어링 진동이 설정값을 넘거나 연소실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면 경고를 발생시킨다.

수명예측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현재까지 축적된 열화속도를 분석해 부품을 앞으로 몇 회 더 사용할 수 있는지 추정해야 한다.

재사용 발사체에서는 단순히 ‘정상’과 ‘고장’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다음 비행에 투입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동일 부품의 반복시험과 실제 비행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초기에는 보수적인 교체기준을 적용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준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센서 추가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발사체에 센서를 많이 설치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센서와 배선도 무게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고장요인이 된다.

따라서 고장모드를 먼저 분석한 뒤 실제 진단에 필요한 센서를 선정해야 한다.

터보펌프 베어링 상태를 확인하려면 진동과 회전속도, 온도 데이터가 필요할 수 있다. 탱크 건전성을 확인하려면 압력과 변형률, 열주기 이력이 중요하다. 밸브는 명령시간과 실제 개폐응답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

센서값 하나로 고장을 판단하기보다 여러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야 오경보를 줄일 수 있다.

디지털트윈과 연결해야 예측력이 높아진다

실제 발사체에서 모든 고장상황을 반복 시험할 수는 없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발사체의 구조, 열, 유체, 제어 특성을 가상환경에서 모사하고 실제 센서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다.

예측모델이 계산한 정상범위와 실제 측정값의 차이가 커지면 이상 징후로 판단할 수 있다. 고장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우주 분야에서는 물리모델과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다만 디지털트윈이라는 이름만 붙인 3차원 모델은 PHM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센서와 연결되고 부품 열화 및 잔여수명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3D 프린팅과 복합재도 정비성을 고려해야 한다

재사용 발사체는 CFRP 기반 경량 탱크와 동체, 적층제조 엔진 부품을 통해 무게와 부품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3D 프린팅으로 여러 부품을 일체화하면 조립부와 용접부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체형 부품은 일부 구간만 교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복합재 내부 손상은 외관검사만으로 발견하기 힘들다.

따라서 제조단계부터 비파괴검사 방법과 정비방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초음파, 열화상, 음향방출 등 어떤 검사방법을 사용할지와 접근 가능한 검사 위치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

재사용 사업의 경제성은 회수 후에 결정된다

재사용 발사체는 회수에 성공했다고 바로 경제적인 시스템이 되지 않는다.

회수 후 분해점검에 수개월이 걸리거나 핵심부품을 매번 교체해야 한다면 일회용 발사체보다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사업성을 결정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발사체 회수 성공률
  • 재비행까지 걸리는 기간
  • 비행당 교체부품 수
  • 정비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 반복 사용 후 성능 저하율
  • 다음 비행 가능 여부의 판정 정확도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 자산은 회수된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각 비행에서 축적된 상태 데이터와 정비 이력, 수명예측 모델이 다음 발사의 비용과 안전성을 결정한다.

진정한 재사용 기술은 다시 착륙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어느 부품을 그대로 다시 사용해도 되는지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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