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분야 국가 R&D, 과제 수보다 연구비 규모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
우주산업 관련 정부지원사업을 찾다 보면 ‘지원 과제가 많다’는 문구에 가장 먼저 눈이 간다. 하지만 국책과제를 기획할 때 과제 건수만 보고 시장의 크기나 선정 가능성을 판단하면 방향을 잘못 잡기 쉽다.
제가 기업 R&D 기획을 검토할 때는 과제 수와 함께 과제당 평균 연구비, 주관 부처, 연구개발 단계, 최종 수요처를 같이 확인한다. 같은 우주 분야라도 부품 국산화, 위성 소프트웨어, 발사체 시스템은 필요한 자금과 평가기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과제 비중과 연구비 비중은 다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우주 시스템 관련 국가 R&D 과제는 총 4,04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수행 과제는 1,056건으로 전체의 26.1%였다.
그런데 연구비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생긴다. 같은 기간 전체 정부 투자액은 약 2조9,653억 원이었고, 중소기업 지원액은 약 5,156억 원으로 17.4%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은 과제 건수에서는 4건 중 1건 이상을 수행했지만 연구비 비중은 그보다 낮았다는 의미다.
이 데이터를 실무적으로 해석하면 중소기업 과제는 대형 체계개발보다 요소기술, 부품, 소프트웨어, 시험장비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로 분할되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과제 수가 많다고 경쟁이 약한 것은 아니다
지원 과제가 많으면 선정 기회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동일한 사업에 몰리면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주제는 정부정책과 연결하기 쉬워 제안서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 위성용 AI 데이터 처리
- 초소형 위성 플랫폼
- 발사체 핵심부품 국산화
- 우주환경 시험장비
- 위성 영상 분석 서비스
- 저궤도 위성통신 부품
제가 사업계획서를 검토할 때 자주 보는 문제도 ‘우주산업이 성장한다’는 시장 설명은 충분하지만, 왜 해당 기업이 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는 약한 경우다.
우주산업의 성장성은 모든 신청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공통 논리다. 실제 평가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선행기술과 시험설비, 수요기업 협력, 개발 이후 실증경로가 차이를 만든다.
지원 부처에 따라 과제 성격이 달라진다
중소기업이 수행한 1,056건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과제는 4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263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건 순이었다.
그러나 투자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약 2,139억 원으로 가장 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약 1,342억 원, 중소벤처기업부 약 7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즉 중소벤처기업부는 비교적 많은 기업에 사업화 중심의 과제를 지원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 산업기술이나 체계 연계형 과제에 더 큰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공고 제목보다 부처별 사업 목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에서는 시장성, 사업화 가능성, 기업 성장효과가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에서는 산업 밸류체인과 수요기업 연계, 성능목표, 국산화 효과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우주 R&D는 개발 이후 검증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일반 제품은 시제품이 완성되면 고객에게 시험 공급할 수 있다. 우주용 부품은 시제품 제작 이후에도 진동, 충격, 열진공, 방사선, 전자파 적합성 시험이 필요하다.
비행검증까지 진행하려면 탑재기회와 발사일정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예상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연구비를 산정할 때는 단순 제작비만 넣어서는 안 된다.
- 환경시험 시료 수량
- 시험 실패에 대비한 재제작 비용
- 외부 시험기관 사용료
- 시험용 지그와 인터페이스 장치
- 수요기업 통합시험 비용
- 품질문서 및 형상관리 비용
제가 과제 예산을 검토하면서 가장 많이 조정하는 항목도 시험평가비다. 개발비는 상세하게 계산하면서 최종 검증비용을 과소평가하면 과제 후반에 일정과 자금이 동시에 부족해진다.
좋은 과제는 ‘얼마를 받을까’보다 ‘어디까지 증명할까’가 명확하다
우주 분야 정부과제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연구비를 받는 것이 아니다.
과제 종료 시점까지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지상 기능시험까지인지, 우주환경 인증까지인지, 체계기업 통합시험인지, 실제 비행검증까지인지 구분해야 한다.
우주 R&D 사업계획은 기술개발 계획인 동시에 신뢰성 증명 계획이어야 한다.
과제 수와 예산규모는 기회를 판단하는 참고자료다. 선정과 사업화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 제한된 연구비 안에서 어떤 기술 위험을 제거하고, 고객이 채택할 수 있는 수준의 시험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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