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R&D의 77.9%가 개발연구에 집중되는 이유와 사업계획서 작성법

 

우주 R&D의 77.9%가 개발연구에 집중되는 이유와 사업계획서 작성법

우주기술은 장기적인 기초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국가 R&D 과제를 살펴보면 기초연구보다 개발연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소기업 수행 과제 가운데 개발연구 단계는 과제 건수 기준 약 77.9%였다. 응용연구는 15%, 기초연구는 4.6% 수준이었다. 연구비 역시 개발연구 단계에 약 76.8%가 투입됐다.

이 수치는 중소기업 우주 R&D가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는 연구보다 제품화와 실증에 가까운 기술개발을 요구받고 있다는 뜻이다.

개발연구는 시제품 제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개발연구 과제를 ‘시제품을 만드는 사업’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주 분야에서 시제품이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 개발이 끝나지 않는다. 실제 적용조건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성용 전원제어 모듈을 개발한다면 회로가 정상적으로 켜지는 것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 진공에서 방전이 발생하지 않는가
  • 방사선에 의해 메모리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가
  • 과전류 시 고장 채널을 격리할 수 있는가
  • 열주기 이후에도 출력이 안정적인가
  • 통신장비에 전자파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가

개발연구의 결과물은 시제품이 아니라 요구조건을 충족했다는 검증자료가 포함된 제품 후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사업계획서는 연구내용보다 개발단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제가 국책과제 계획서를 검토할 때 기술내용보다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 있다.

현재 기술수준과 과제 종료 후 기술수준이다.

이미 시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다시 기본설계를 연구내용으로 제시하면 사업의 추가성이 약해진다. 반대로 기초실험만 완료한 기업이 2~3년 안에 비행검증과 양산까지 약속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현재 상태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 핵심 원리 검증 완료
  • 실험실 시제품 제작 완료
  • 부분품 성능시험 완료
  • 환경시험 미실시
  • 체계기업 인터페이스 협의 중
  • 비행모델 제작 경험 없음

현재 기술상태를 솔직하고 정량적으로 제시해야 개발과제의 필요성과 목표가 설득력을 얻는다.

개발목표는 성능·환경·수명을 함께 적어야 한다

일반적인 개발목표는 최고 성능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우주용 제품은 성능과 함께 환경조건, 수명, 반복성을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성능 밸브 개발’보다 다음과 같이 작성해야 평가자가 개발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영하 180℃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 목표 유량을 제어하고, 반복 개폐시험 후에도 누설률 기준을 만족하는 경량 솔레노이드 밸브 개발

이 목표에는 사용환경, 핵심기능, 수명시험, 품질판정 기준이 포함된다.

기술개발 목표를 작성할 때는 최소한 다음 요소가 필요하다.

성능 수치 + 작동 환경 + 반복 횟수 + 시험방법 + 비교기준

제가 성능지표를 검토하면서 가장 자주 수정하는 부분도 시험조건이 빠진 목표다. 같은 정확도와 출력이라도 상온 실험실에서 달성한 결과와 진동·진공 환경에서 달성한 결과는 기술적 가치가 다르다.

최종 수요기업 역할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개발연구 과제에서는 수요기업 참여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협력의향서 한 장만 첨부하고 실제 역할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수요기업은 단순 구매예정자가 아니라 개발 요구조건을 제공하고, 인터페이스를 검토하며, 통합시험에 참여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는 다음 역할을 구분해 적는 것이 좋다.

  • 요구사양 및 적용체계 정보 제공
  • 설계검토회의 참여
  • 체계 인터페이스 적합성 검토
  • 시제품 통합시험 지원
  • 시험결과 평가
  • 개발 성공 시 구매 또는 후속 실증 검토

수요기업이 실제 개발과정에 참여해야 과제 종료 후 ‘좋은 시제품은 만들었지만 적용할 곳이 없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개발연구의 마지막 목표는 양산 전환 가능성이다

우주산업에서는 한 번 제작한 제품보다 반복 생산 가능한 제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발과제에서 설계뿐 아니라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방안까지 준비해야 한다.

시험품에 사용한 부품이 단종되거나 연구자가 수작업으로 조립해야만 성능이 나온다면 사업화가 어렵다. 작업표준서, 검사기준서, 부품 추적성, 설계변경 절차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우주 R&D가 개발연구에 집중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는 논문이나 원리 검증만이 아니라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부품과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사업계획서는 ‘무엇을 연구하겠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제가 종료됐을 때 어느 고객이 어떤 시험자료를 근거로 제품을 채택할 수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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